여름이 오면~~~
유난히 봉숭아꽃이 눈에 띄곤 해요. 어릴 적에는 집집마다 조금씩은 다 피어 있었던 거 같아요
흔하게 피는 꽃 중에 하나였어요. 그 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면 손톱에 물들이던 것이 종종 생각이 나요.
꽃밭 가득 피어나던 붉게 핀 봉숭아 꽃, 여름 방학에 몰려온 조카들을 데리고 엄마는 그 꽃과 잎을 따서 정성스럽게 손주들에게 물들여 주곤 했던 것이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그 조카들은 지금 다 커서 성인이 되었지만 가끔 추억으로 말하곤 해요
20 여년전 어머니 먼 길 가시고, 큰 언니도 시골 평창으로 거쳐를 옮기면서 엄마처럼 꽃밭 가득 봉숭아를 심었어요. 워낙 꽃을 좋아하는 큰 언니였어요.
평창에 가면, 저기 멀리서부터 정원 가득한 것이 눈에 들어오는 아름답게 꾸며진 갖은 꽃의 화단이 행복한 웃음을 짓게 하던 곳이에요
그 곳에서 엄마의 그리움으로 시를 써서 나에게 보낸 적이 있어요.
봉숭아물
손톱마다 붉게
봉숭물을 들이면서
지금은 가고없는
어머니를 생각한다
여름이면 올망졸망
손주들 모아놓고
꽃밭가득 심어논
봉숭아를 지찧어
손톱마다 들여주고
저승길이 밝다하여
당신손톱 물들인다
내
그 나이되고 보니
그 저승길 밝히셨나
내손톱 물들여
당신마중 가고싶다....
글쓴이 수수알
평창으로 간 후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근 언니는 문단에도 입문했죠.
수많은 글들 중에서도, 이 시 한 편만큼은 제 마음에 깊이 박혀, 여름이면 어김없이 다시 떠오르는 그런 글이에요.
세월의 시간이 흘러 내가 또 그 나이 되어보니...
먼저 지나간 흔적을 천천히 그 길을 걷고 있는 내 모습이 보여요.
그 시절, 손톱 위로 스며들던, 봉숭아물처럼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마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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