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게 다가온 익숙한 풍경,
어제 평소처럼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중이었어요. 늘 서서 버스를 기다리던 그 자리, 익숙한 풍경들.
그날도, 무심코 도로 옆을 바라보다가 문득, 눈에 띄는 무언가가 있었어요
한 그루의 소나무가 조용히, 아주 조용히 링거를 맞고 있었어요.
나무가 링거를 맞는다니… 처음 본 광경이었죠.
순간 발걸음이 멈췄고, 저도 모르게 그 나무 앞에 한참을 서 있게 되더라고요. 마침, 저도 치과에서 치료를 받고 나오는 길이었는데, 그래서였을까요? 그 나무가 아파 보였고, 왠지 모르게 마음이 쓰이면서 자꾸 보게 되더라고요.
“나무도 이렇게 치료를 받는구나.”
그 순간 처음으로, 그 나무가 소나무였다는 사실도 깨달았어요. 매일같이 지나치던 그 가로수, 이제야 제대로 본 것 같았어요.
도심 속 가로수, 그저 자리를 채우는 배경이 아니다
우리는 매일 바쁘게 도시를 걸으면서 생활을 하는데요. 인도 옆으로 늘어선 가로수들. 그저 풍경처럼 늘 서있는 모습으로만 알고 있지, 존재의 가치를 잘 모르면서 지나쳐버리는 거 같아요.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니까 더 몰랐던 거 같아요..
그런데, 우리는 그 고마움을 얼마나 인식하고 살았을까요? 사실 나무가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걸 주고 있는지, 깊게 생각해 본 적 없었던 것 같아요. 심지어 나무 위를 올려다본 기억조차 가물가물했죠.
그런데 , 그날 링거를 맞고 있는 나무를 보고서야 도심 속의 한복판에도 ‘아픈 생명’이 있다는 걸 절실히 느꼈어요.
나무도 아픕니다
우리는 종종 도시를 살아가는 인간들만 지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좁은 보도에 억지로 심어진 나무들, 그들도 도시 생활에 지쳐가고 있어요.
도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 좁은 공간 탓에 충분히 뿌리도 내리지 못하고, 비가 와도 흙이 없어 물이 스며들지 않는 시멘트 땅 위에서 그저 그렇게 자리를 지키고 있죠.
그 나무가 링거를 맞고 있었다는 건, 수분 부족이나 병해충, 혹은 심각한 환경 스트레스로 인해, 생명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었음을 뜻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지키며, 우리는 그늘을 받으며 걷고 있었다는 것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자연의 존재
그날 이후로 저는 주변을 더 자주 보게 됐어요. 같은 버스 정류장, 같은 거리인데도 왠지 다르게 느껴지면서, 가로수 한 그루 한 그루가 단순한 조경이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로 보였어요.
생각해 보면 나무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지만, 매일 우리에게 무언가를 주고 있어요.
맑은 공기, 시원한 그늘, 도시의 미관, 심지어 마음의 안정까지.
하지만 우리는 너무나 무심히 그 곁을 지나쳐 왔고, 그저 ‘있어야 할 곳에 있네’라고 여겼던 것 같아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아주 작은 관심
가로수가 아프다는 건, 우리 도시의 건강도 위태롭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길을 걷다 마른 잎이 보인다면, 나무 밑동에 금이 가 있거나 가지가 축 늘어져 있다면, 그건 그들이 보내는 구조 요청일 수도 있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생각보다 많아요.
나무를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생활하고,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주변에 버리지 않고, 정말 작은 관심이라도 기울인다면 그들의 삶도 달라질 수 있어요.
시에서 나무 병원도 운영하고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고, 지자체에 민원을 넣으면 나무 진단을 받는 시스템도 있더라고요.
그만큼, 가로수도 우리와 함께 숨 쉬는 존재라는 걸, 이제는 우리도 인식해야 해요
그날 이후, 저는 나무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가게 앞에 있는 나무도 다시 보게 되고,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과 차들이 지나가는 거리에서, 아무 말 없이 견디고 있는 나무들에게 작은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되더라고요.
자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만, 우리가 마음을 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거 같아요.
혹시 오늘도 어디선가, 조용히 아파하는 나무가 있지는 않을까요?
오늘, 당신이 지나쳐온 길 위에도, 조용히 말없는 생명이 있었을 거예요.
잠시 멈춰 서서 그 자연을 바라봐 주세요.
그 존재는 , 당신의 시선을 오래도록 기다렸는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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