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취미

반려견도 사람처럼 늙어간다, 시니어 반려동물 돌봄의 작은 공간

시들지 않는 들꽃 2025. 11. 16. 17:02

강아지 용품점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용품점을 열게 되었고, 미용까지 배우면서 강아지를 더 가까이, 더 오래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반려동물과 보호자 사이의 관계, 그리고 반려동물의 삶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함께해온 단골 강아지들도 하나둘 나이가 들어갔다.
예전처럼 활발하게 뛰던 아이가 숨이 차거나, 털빛이 희어지는 모습만 봐도 마음이 짠해진다.
그리고, 나이 든 강아지들은 단순히 체력이 떨어지는 것뿐 아니라 사람처럼 뇌질환·뇌경색·치매 같은 신경계 질환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질환을 겪는 강아지는 일상적인 보살핌 그 이상이 필요하다.
밤낮이 바뀌기도 하고, 갑자기 걷지 못하거나, 혼란스러워하며 불안해하는 모습도 보인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일상과 돌봄을 동시에 해내야 하니 지치고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바쁜 생활 속에서 강아지를 홀로 두는 것도 불안하고, 그렇다고 돌봄을 온전히 감당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내 마음속에 한 가지 생각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나이가 든 강아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나는 의사도 간호사도 아니지만, 강아지를 오래 돌보고 지켜본 보호자로서, 어디에 맡겨도 걱정되는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원래는 놀이방을 하려던 공간을 시니어 강아지를 위한 작은 요양원으로 준비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쉽지 않은 시대이지만, 이 일은 잠시 유행으로 지나갈 일이 아니라 정말 누군가에게 ‘필요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천천히, 한 걸음씩 준비하고 있다.

요즘은 동물병원에서도 시니어 케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곳이 늘고 있다.
사람에게 요양원과 요양병원이 있듯, 이제는 나이 들어가는 과정에 맞춘 돌봄의 단계가 필요해진 시대가 왔다.
반려동물과 보호자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요즘, 이 변화가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느껴진다.

아직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처음 도전하는 일이다 보니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돌보고 싶은 마음 하나로 누군가에게 꼭 필요하고 믿고 맡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완벽하게 시작하지 않더라도, 한 걸음씩 나아가면 분명 의미 있는 공간이 될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