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와 고양이

펫로스 증후군, 이별이 두려운 당신 그리고, 남겨진 마음에 대하여

시들지 않는 들꽃 2025. 6. 10. 20:44

오늘 아침, 단골 할머니 한 분이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오셨어요. 15살 된 진돗개를 키우는 분인데, 그 아이는 대형견치고도 꽤 오랜 세월을 곁에 있어준 친구예요.
할머니는 강아지 얘기를 꺼내자마자 금세 눈가가 촉촉해졌어요.

"무지개다리 건너는 날이 무서워요. 그 순간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저는 이미 셋을 보내봤고, 그 아픔을 알아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괜찮다고, 잘 해오셨다고, 겁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은 했지만…그 뒤돌아가는 할머니의 뒷모습은 한없이 작고 쓸쓸해 보였어요.
그리고 저도 모르게 마음이 무거워졌어요.

할머니가 진돗개와 앉아 있어요
이 개는 15섯 살 
할머니가 너무 슬픈 표정이에요
할머니의 마음이 담겨 있네요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

반려동물을 보낸 후, 남겨진 이들이 겪는 아픔을 말합니다.

 

 이별이 두려운 당신, 남겨진 마음에 대하여

사람들은 종종 말합니다.
“그래도 동물인데…”
“이제 잊고 다른 강아지 입양하면 되잖아.”
하지만 보호자라면 압니다. 그 말들이 얼마나 아프게 박히는지, 그 아이가 얼마나 큰 존재였는지. 그 말 한마디에 무너지는 듯한 마음이 얼마나 공허감을 불러오는 지를....

펫로스 증후군은, 
사랑하던 반려동물과의 이별 후 보호자가 겪는 극심한 슬픔, 상실감, 우울, 죄책감 등을 포괄하는 말이에요.
가족을 떠나보낸 것과 다르지 않은 이 감정은 절대 가볍지 않습니다.

 

펫 로스 증후군의 증상

  • 계속 눈물이 나고 아무 의욕이 없어요
  • 죄책감이 들어요. ‘그땐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요
  • 물건을 치우지도 못하고, 혹은 너무 힘들어서 일부러 다 버려요
  • 일상생활이 무너지고,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가끔 단절되기도 해요

이건 이상한 것도, 약한 것도 아니에요.
그만큼 사랑했기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가족이라고 생각했기에 느껴지는 감정 이라고 생각해요.

 

펫로스 증후군으로도 상담을 받을 까요?

사실 펫 로스 증후군은,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애도조차 허락받지 못하는 감정이에요.
하지만 분명한 건, 애도는 필요한 과정이라는 것.
반려동물 장례 후 며칠 동안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다가, 몇 주 뒤 무너지는 분도 많고, 수개월 간 죄책감에 빠져 병원 문턱을 넘는 분들도 계세요.

 

이런 경우 심리 상담 추천 드려요

  • 두 달 이상 극심한 우울과 불면이 지속될 때
  • 일상생활, 또는 직장, 대인관계가 무너질 정도일 때
  • 자책이 너무 심해 스스로를 학대하게 될 때
  • 회피하는 행동을 반복할 때

이런 경우, 나의 생활에 지장이 있을 때는 전문가로부터의 치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건 ‘극복’이 아니라 ‘잘 살아내는 방법’을 찾기 위한 과정이에요.
당신이 약해서가 아니라, 사랑했기 때문에 무너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포메라니안
남아
트레이닝복을 입은 모습
지난 겨울 무지개 다리 건너간 우리 순자

우리 아이의 죽음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할머니가 그러셨어요.
"나는 보내는 것도, 지켜보는 것도 무서워요. 차라리 내가 그 아이보다 먼저 갔으면 좋겠어요."
그 말이 너무 마음에 남았어요.

 

그 마음 이해해요.

저도 7 마리 키우다가 지금 4마리만 곁에 있어요.

그 아픔을 누구보다 더 많이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을 사랑으로 채울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보내기 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 산책을 같이하기
  • 좋아하던 간식, 장난감 함께 즐기기
  • 가족사진 남기기

병원에서의 판단도 중요하지만, ‘함께한 기억’이 더 소중 하다고 생각해요

오랜 병상에 있으면서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아이들 대부분 갑자기 떠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같이 추억을 남기는 것 또한 지나고 나면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많은 위안이 되기도 해요.

잘 있지? 보고 싶다 짱아, 순자, 이쁜이

보내고 난 후,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

  • 떠난 아이에게 말하지 못한 말들을 적어보세요
  • 사진 앨범이나 메모리 박스를 만들어보세요
  • 슬픔을 억지로 참기보다는, 충분히 느끼고 울 수 있는 시간을 나에게 주세요

슬픔은 사라지지 않아요. 다만, 사랑으로 변해갑니다
아이를 떠나보낸 지 오랜 시간이 흘러도 문득, 문 앞에서 아이가 반겨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배변패드 하나, 장난감 하나에 눈물이 핑 돌기도 해요.

 

하지만 그 슬픔이 꼭 나쁜 건 아니에요.
그건, 그 아이가 당신 삶에 얼마나 깊이 들어와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니까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그 슬픔은 ‘사랑’으로, ‘기억’으로, 가끔 미소 짓게 하는 따뜻한 감정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예전에 신문 사설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어요.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슬픔은, 부모가 자식을 잃었을 때와 비슷할 정도로 크다는 이야기였죠.
왜 그런 걸까요?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부모님의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자랍니다.

그래서 , 언젠가 이별이 온다면 부모님이 먼저일 거라는 걸 어렴풋이 받아들이게 되죠.

하지만, 반려동물은 다릅니다.
어릴 때부터 키우며 그 아이의 생로병사를 모두 함께 겪다 보면, 정말 가족 이상으로 가까워집니다.
그래서일까요.
그 슬픔이 부모가 아이를 잃는 감정과 비슷하다는 말, 그때 읽은 글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어요.

 

“노견과의 동행,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이 여정의 마지막까지, 그 아이와 함께 걸어주세요.
그리고 그 아이가 떠난 뒤에도, 당신의 마음을 돌보는 걸 잊지 마세요.

 

마마스펫은 항상 응원하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