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서랍 속 추억의 조각들

추석 연휴의 끝자락에서 비가 멎고 그리움이 피어 난다

시들지 않는 들꽃 2025. 10. 8. 11:07

추석 연휴의 햇살 아래서

추석 연휴가 이어지고 있다.
어제까지 내리던 비가 그치고, 오늘은 오랜만에 햇살이 들었다.
햇살이 마당 끝까지 스며들자 괜스레 창가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냥,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편이 저릿하다.

이럴 때면 어김없이 고향 생각이 난다.
부모님 생각도, 형제자매 생각도 함께 따라온다.
돌아가신 지 오래된 두 분이지만,
명절이 다가오면 마음 한 자락에서 꼭 살아 움직이듯 그리움이 일어난다.

두 분이 살아계셨다면 지금쯤 백 살이 넘으셨을 것이다.
나는 늦둥이 막내로, 그때는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 그렇게 무뚝뚝하셨는지, 왜 늘 바쁘고 조용하셨는지,
어릴 땐 그저 서운한 마음이 더 컸다.
그런데 이제 내 나이가 그 시절 부모님의 나이가 되고 나서야
조금씩 알 것 같다.
사랑을 표현하지 못했던 그 세대의 무게,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정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세월이 이렇게 흘러왔다.
이제는 추억이 현실보다 더 가까이 다가오고,
미래의 시간은 불확실하고 조금은 두렵다.
노년의 문턱을 바라보는 마음은,
어릴 적 설렘과는 전혀 다른 모양의 떨림이다.
그래서 명절은 늘 복잡하다.
그리움과 감사, 외로움과 후회가 한꺼번에 찾아와
조용히 마음을 흔든다.

그래도 오늘은 해가 떴다.
그 햇살이 나를 조금은 위로해준다.
비가 오면 부모님이 보고 싶고,
햇살이 비치면 그리움 속에서도 따뜻함이 느껴진다.
세월의 흐름은 어찌할 수 없지만,
그 안에서 여전히 추억이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살게 한다.

추석은 그렇게,
지나간 시간과 지금의 나, 그리고 언젠가의 내일이
조용히 만나는 날이다.

 

사십대가 넘어서부터 추석이면 가끔 흥얼거리는 노래가 있다

 

부모

 

시 김소월 | 곡 서영은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 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옛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리라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옛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리라

 

엄마는 늘~~ 그러 셨다 

"엄마도 세월이 흐르고 보니 어머니 마음이 이해가 간다, 너도 세월 가서 내 나이 되면 무슨 말을 하는지 그때는 이해가 될 거다.."

나도 그 나이 되어보니 그 마음 조금 알 거 같다.